아이들을 내려다보는 지겸의 눈빛은 눈 덮인 절벽에 몰아치는 칼바람보다 차가웠다. 사람이 아니라 땅바닥에 붙은 오물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지겸과 군사들을 마주친 동호족 소년 소녀들은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일부는 그저 멍하니 서서 그를 바라보기만 했고, 일부는 각각 등 뒤에 맨 활과 허리에 찬 칼을 향해 손을 뻗어 저항이라도 할 요량...
북방의 칼바람은 사납고 매웠다. 어린아이의 하얗고 여린 피부는 손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추위에 빨갛게 부어오르다 못해 갈라지고 터져 버렸다. 소녀는 소매 끝으로 살짝 내민 손등을 호호 불며 조금이라도 온기를 느껴보려 애썼다. 그러나 이미 뼛속까지 스며든 추위 탓에 입술 새를 뚫고 나오는 공기는 건조하고 서늘할 뿐이었다. “아씨, 조금만 참으세요. 이 산만...
살아가는 것은 동시에 잊어가는 것이다. 남자는 인생을 살면서 겪어온 대부분의 아픔을 이 문장 안에 압축해 넣고 이겨내곤 했다. 이 말은 대체로, 아니, 사실 딱 한 번의 기억을 빼고 항상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한 가지 예외적인 기억이 차지하는 자리는 너무 컸다. 마치 하얀 종이 위에 붉은 물감 한 방울이 떨어지면 그 붉은 자리에만 눈이 가는 것처럼,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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